교수들 ‘캠퍼스 밖으로’… ”원격수업, 2학기는 달라야 한다” N
No.1221108올해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대학가에선 1학기에 이어 2학기도 비대면(원격)수업이 한창이다. 지난 학기 원격수업 운영에 허둥댔던 대학교수들도 이번 학기에는 ‘제대로 해보겠다’며 의지를 다지는 모습이다.
원격수업을 개선하기 위한 교수들의 고군분투는 캠퍼스 안팎을 가리지 않고 이어진다. 동료 교수와 효과적인 원격수업을 위한 교수법을 연구하거나 에듀테크 플랫폼을 직접 개발하고, 소속 학회에서 전공별 특징을 살린 원격수업 우수사례를 공유하는 식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원격수업이 본격적으로 도입된 이후 수업을 새롭게 설계하는 과정에서 이전보다 협력의 중요성이 커진 셈이다.
◇캠퍼스 안에선 연구소모임·공모전 참여
대학 캠퍼스 안에서는 교수들의 연구소모임이나 공모전 참여가 활발해졌다. 최하진 숭실대 건축학부 교수는 1학기에 참여한 연구소모임에서 터득한 교수법을 2학기에도 적극 활용 중이다. 당초 연구소모임은 1학기 원격수업의 장단점을 기록하고 개선점을 모색해보자는 취지에서 같은 학부 교수 2명과 함께했다.
최 교수는 “교수들이 서로 원격수업을 어떻게 진행하는지를 살펴보면서 효과적인 수업에 필요한 온라인 플랫폼 정보를 얻고 수업방식을 개선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건축학부 수업에선 교수가 학생들의 팀 프로젝트 결과물을 비평하는 ‘크리틱(Critic)’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실시간 화상회의 앱인 ‘줌(Zoom)’의 화면공유 기능을 이용해 팀별 발표를 진행하면 효율이 떨어졌다. 최 교수는 이 점을 고려해 학생들에게 실시간 발표 대신 10~15분짜리 발표 영상을 만들어 제출하도록 했다. 숭실대 교수학습혁신센터는 교수법 우수사례로 최 교수의 아이디어를 선정했다.
교수들끼리 머리를 맞대고 원격수업 진행에 필요한 온라인 플랫폼을 직접 개발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동국대는 지난달 ‘포스트 코로나’를 주제로 캠퍼스 리빙랩(Living Lab·살아있는 실험실) 아이디어 공모전 1차 심사를 개최했다. 여기에 올라온 연구과제 7건 중 에듀테크 관련 과제는 2건. 지난 학기 원격수업을 경험한 교수와 학생을 대상으로 심층면담을 거쳐 파악한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안으로 새로운 플랫폼을 제안하는 식이다. 이들은 교수와 학생의 효율적인 원격수업 운영을 돕는 에듀테크 활용 플랫폼을 만들거나 비대면 창업 교육을 위한 강의자료 종합관리를 위해 온라인 플랫폼 등을 제작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캠퍼스 밖에서도 우수사례 공유
원격수업을 개선하기 위해 다른 대학교수들의 강의를 찾아 듣는 교수들도 눈에 띈다. 많은 대학은 주로 자체 LMS(학습관리시스템) 사용법 교육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원하는 건 다름 아닌 ‘효과적인 원격강의 제작법’. 지난 5월 국제미래학회가 처음 개설한 ‘언택트 스마트 화상 교육과정’을 자비로 수강한 10명의 대학교수 등은 하루 8시간 동안 동영상·캐릭터·인공지능 더빙 등을 활용한 강의자료 제작법과 실시간 화상수업의 효과적인 진행방식 등을 익혔다.
전공별 특성을 반영한 원격수업을 진행하기 위해 각 학회에서 우수사례를 공유하는 경우도 크게 늘었다. 초·중등교육에 비해 전공 간 진입 장벽이 높은 고등교육의 특성상 비슷한 전공 교수들이 모여 더 나은 원격수업을 고민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달 17일 한국공학교육학회는 2020년 공학교육학술대회를 열고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한 공학교육’이라는 주제로 원격수업 개선안을 논의했다. 강소연 연세대 공학교육혁신센터 부교수가 발표한 ‘공과대학생의 온라인 수업 주요 불만과 해결방법’에 따르면, 실험수업에 대한 학생들의 만족도는 매우 낮은 상황이다. 강 교수는 “공학계가 온라인 실험수업 우수사례를 공유하는 동시에 학회 차원에서 관련 플랫폼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포스트 코로나 대비 원격수업 평가기준은
이처럼 많은 교수가 다양한 방식으로 원격수업을 개선하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원격수업의 질이 나아졌음을 입증하기까진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특히 최근 원격수업이 급격히 확대되자 대학의 교수학습연구센터에는 이에 맞는 강의 평가기준을 정립해달라는 요구가 쏟아지고 있다. 최근 교육부가 대학의 원격수업 20% 제한 규정을 전면 폐지하면서 이러한 목소리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민혜리 서울대 교수학습개발센터 연구교수가 이전 연구를 토대로 재구성한 ‘대면·비대면 수업의 강의평가 문항 비교’에 따르면, 대면·비대면수업 모두 ‘학생중심 수업설계를 했는지’가 핵심 기준이다. 방법의 차이만 있다는 게 민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현재 교수자가 원격수업의 우수사례를 찾아 적용해보는 단계”라며 “올해 말까지 원격수업 우수사례를 모아 공통요소를 구체화하고 평가기준을 만드는 연구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여전히 많은 교수가 원격수업 준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을 꼬집는다. 우수사례 공유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안종배 한세대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교수(국제미래학회장)는 “원격수업을 우수하게 운영하는 일부 교수들은 굉장히 앞서가고 있지만, 역량이 부족한 대다수 교수는 먼 산만 바라보고 있다”며 “학생들의 학습역량 함양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교수법 연수 등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지난 1학기 원격수업을 경험한 학생들은 교수들의 원격수업 준비 정도가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교육부가 영남대 고등교육중점연구소에 의뢰해 ‘일반대학 1학기 원격수업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대학생 38%는 교수의 원격수업 준비 정도가 ‘높지 않다’고 답했다.
출처: 조선일보